불량고객 되기.
얼마전 은행 예금이 만기되어 찾으러 갔었습니다. 그때의 일화를 조금만 써 보죠.

만기 전날에 은행에서 전화가 왔습니다.

행원 : "예금 만기를 축하드리고 어쩌고.. 그런데 그돈 어디 쓰실건가요?"
나 : (-_- 내 돈 내가 뭘 하든 뭔 상관?) "아 예.."
행원 : "특별히 사용 예정이 없으시다면 다른 상품에 가입하시는게 어떠신지.."
나 : "아직 생각 안해봤습니다. 내일 찾으러 갈겁니다"


다음날 은행에 가서 일단 예금을 해지했습니다.

행원 : "***예금 상품은 이번에 이자가 좀 적게 나왔네요"
나 : "......" (안그래도 이 예금 - ELS 상품 - 의 넉아웃 옵션에 당한 터라서 속이 무척 쓰리던 참이다)
행원 : "그런데 이 만기예금은 어떻게 하실래요? 저희은행 정기예금도 금리가 어쩌구.."
나 : "그냥 제 통장에 넣어주세요"
행원 : "별다른 계획이 없으시면 고객님에게 유리한 저희은행 상품 몇가지를 소개해 드릴께요.."
나 : (시큰둥~) "그래, 뭐가 있나요?"
행원 : "아! 직장인에게 아주 유리한 상품이 있어요. 연말정산에 세금공제가 얼마까지 어쩌구저쩌구.."
나 : (나왔구나!) "그거 혹시 연금보험 아닌가요?"
행원 : "아.. 아시는군요. 네.. 한달에 십만원씩만 넣으면 되고 연말정산때 돌려받는 돈이 얼마라 이익이 엄청나서 어쩌구저쩌구.."
나 : (피식~) "누가 그거 좋은거 모르나요. 매달 넣을 돈이 없으니 문제지"
행원 : "에이~ 그정도는 여유 있으실텐데요. 아니면 이 예금 통장에 넣어두시고 자동납부신청도 가능하고 어쩌구.."
나 : (훗~) "만기가 수십년인데다 중도 해지하면 원금도 제대로 못건지는 걸 여유자금도 없는 사람이 가입해요?"
행원 : "네.. 네에.."


그러나 행원은 교육받은 대로 집요했습니다.

행원 : "고객님.. 그럼 ***상품은 어떠세요? 저희 은행 주거래 고객이 되시면 이체나 기타 거래 수수료가 면제되고 대출금리 할인 등 혜택이 많아요.. 어쩌구 저쩌구.."
나 : "저 은행 거래 수수료 한푼도 안내는데요?"
행원 : "아니 어떻게요?"
나 : (빈정빈정~) "인터넷 뱅킹에 외국계 은행 이용하고 있어서 수수료 한푼도 안내요"
행원 : "......"


의지의 행원, 여기서 꺾이지 않았습니다.

행원 : "그럼 모바일 뱅킹 칩 하나 발급받으세요.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이용하실 수 있고 어쩌고.."
나 : "제 핸드폰은 모바일 뱅킹 안되는 건데요?" (와하하!)
행원 : "본인이 없어도 가족분들중에 있으면 되는데 하나 하시죠"
나 : (-_- 이게 제정신인가..) "저희집 식구들도 모바일 뱅킹 휴대폰 없어요. 그리고 수수료 때문에 쓸 생각 아예 없어요"
행원 : "......"


이쯤에선 행원도 조금 풀이 죽었습니다. 그러나 그녀는 마지막 찬스를 잡았습니다.

나 : "그런데.. 앞으로 마그네틱 현금카드는 사용이 안된다죠? IC카드로 바꿔주세요"
행원 : "아.. 네 그렇습니다! 그렇게 해 드릴께요. 그런데 말이죠. 고객님.. 저희 은행에 현금카드도 되고 연회비도 면제되는 좋은 카드가 있거든요? 캐시백 등 포인트 적립도 많이 되고요.. 어쩌구저쩌구.. "
나 : (깐죽깐죽~) "전 아시아나 마일리지만 모아서 다른거 필요 없는데요?"
행원 : "어머~ 그건 저희 상품에도 있어요. 그리고 서비스 해 드리는게 어쩌구 저쩌구.."
나 : (훗!) "제가 쓰는 카드는 천원에 2마일인데요? 저 당신네 카드 VIP고객이었는데 서비스 시원찮아서 작년에 바꿨어요"
행원 : "!!"


이쯤 되면 그쪽이 피해자로 보일 지경이지만.. 그러나 악인에게 자비는 무용! 방심은 금물입니다.

행원 : "IC카드는 비밀번호가 6자리라 사용이 불편하니 체크카드는 어떠세요? 현금카드 기능 외에도 물건 구입도 되고.."
나 : (시큰둥~) "그거 분실하면 골아프죠. 다 필요없으니 그냥 IC카드나 만들어주세요"
행원 : "...... 네"


뭐, 그쪽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.. 하여간 소비자는 똑똑해질 필요가 있습니다. 잇힝~
by areaz | 2006/02/26 15:34 | 경제 | 트랙백(4) | 덧글(22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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Commented by lainid at 2006/02/26 15:42
강하시군요. -_-;;;
여친이 은행 다녀서.. 왜 저렇게 하는지 사정을 아는지라.. -_-;;
(물론 개인지점이 아니라서 저런 실적과는 관계는 없습니다만..)
개인 평가에 저런 실적이 다 들어가니까요..
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니 어쩔수 없죠 -_-
Commented by 마른미역 at 2006/02/26 16:15
오오- 강하십니다. +_+
Commented by kunoctus at 2006/02/26 16:26
강하군... 아 근데 사촌여동생이 국민은행다녀서, 나보고 막 들어달라고 사정하더라.-_- 너도 뭐 들거 있으면 실적좀 내줘. 보험이나, 예금 뭐든 좋을 듯.
Commented by 주전자 at 2006/02/26 17:26
형 강하시긴 한데 상대행원이 여자 아니었나요;;;
(남자였다면 무자비해도 상관없음...)
Commented by 레이 at 2006/02/26 17:40
want you!
Commented by Dataman at 2006/02/26 20:02
작년말에 국민은행 캐시카드를 IC카드로 바꿨는데, 지금까지 비밀번호 6자리 넣게 하는 곳 못봤습니다.

...근데 아무리 그래도, 만기예금 인출하고 IC카드 교환하는 정도로는 좀 심하셨군요 ;)
Commented by 스킬 at 2006/02/26 22:21
잘하셨어요. 은행상품들어준다고 여자행원이 여친으로 바뀔것도 아닌데 우선 눈에 보이는 이익부터 챙겨야죠.
Commented by 펭귄대왕 at 2006/02/26 22:27
한 수 배워갑니다..
Commented by 오옹 at 2006/02/26 22:58
여자행원분이 미인이 아니였나 봅니다. ^^^
저는 저런 경우 화부터 나기 대문에 잘 대응을 못하는데 말입니다.
Commented by 歪曲王 at 2006/02/26 23:33
소비자가 강할 필요가 있습니다. 이래저래 들라고 쇼 한다음에 사고터지면 나 몰라라 하는 조항들이 군데군데 숨어있으니까요.
Commented by NOT_DiGITAL at 2006/02/26 23:37
멋진 승리입니다! >.</

NOT DiGITAL
Commented by 달바람 at 2006/02/27 00:24
역시 많이 아는게 중요하군요^^
Commented by EIOHLEI at 2006/02/27 13:47
역시 총수님
Commented by 갯민숭달朴君 at 2006/03/04 22:10
어이쿠...
뭐든지 알아야하는거군요 =_=; 저로서는 애시당초 불가능한;;
Commented by CRITH at 2006/03/04 22:55
OTL 강하십니다. <--얇은 귀의 소유자
Commented by JRider at 2006/03/04 23:19
6자리는 등록할때만...이용은 기존의 현금카드를 교체한거라만 그 비번 그대로 사용하시면 됩니다.

그건 그렇고...이거 왠지 감동이다.
Commented by 나르사스 at 2006/03/04 23:28
보면서 정말 감격했습니다.
역시 소비자는 무언가 확실히 알고 대항하는 정신이 있어야 금융사, 통신사에게 뜯어먹히지 않는다는걸 다시금 배웠습니다.
Commented by areaz at 2006/03/06 00:35
to All
음.. 이 글이 이렇게까지 인기가 좋을 줄이야.. ;;
성원 감사드립니다. :)
Commented by neoni at 2006/03/07 15:43
소비자에게 무조건 좋은 상품이라는 게 있을까요? 어차피 그네들도 땅파서(사실 땅파서 장사해도 힘든건 마찬가지) 장사하는 것도 아닐텐데... 그저 상호간에 합리적인게 좋겠죠^^
Commented by 김민숙 at 2008/09/08 16:31
천원에 2마일카드가 어떤카드립니까?^^
Commented by areaz at 2008/09/09 09:06
to 김민숙
현재 신규발급 가능한 카드 중에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. 기존 카드들도 혜택 축소되었구요.
Commented by 김민숙 at 2008/09/09 16:31
답변감사합니다^^
저도 예전에 맘상해서 시티카드 해지했던 기억 납니다^^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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